우리는 2014년 4월 16일 너무나 큰일을 당했다. 눈을 빤히 뜨고도 세월호가 침몰하는 광경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결과 피어나지도 못한 어린 생명을 수도 없이 잃었을 뿐 아니라 엄청난 재산의 피해도 입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국격(國格)의 손실로 따진다면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고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는 우리 주위에 팽배해 있는 안전 불감증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설마, 괜찮겠지.’
이런 안전 불감증이 모든 사고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오래 전의 일이었다. 저녁 늦게 퇴근을 했더니 자동차를 주차할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는 경사진 곳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평소처럼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웠다. 그리고 집으로 들어와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경비실에서 인터폰으로 연락이 왔다.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으니 빨리 나오세요.”
잠을 깨운 아파트 경비의 호출에 잔뜩 불만을 품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경사진 곳에 주차해 놓았던 내 자동차의 사이드브레이크가 풀렸던지 아래로 굴러 내려가 다른 자동차와 충돌해 사고를 낸 것이었다. 당시 그렇게 황당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내 자동차의 수리는 물론 다른 사람의 자동차 수리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수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경사진 곳에 자동차를 주차하면서 평상시 평평한 곳에 주차하듯 사이드브레이크를 단단하게 채우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 아니었나 하는 결론을 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사람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굴러 내려가는 자동차에 사람이라도 치었더라면……. 그날 나는 가슴을 수십 번이나 쓸어내렸다.
얼마 전 보도를 보니 경사진 도로에 주차해 놓은 트럭의 사이드브레이크가 풀리면서 밀려나 지나는 행인이 치인 적이 있었다. 다행히 지나는 행인들이 힘을 합해 트럭을 들어 올려 트럭 밑에 깔린 사람을 구해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약 그 때가 밤이었다면, 아무도 보지 못했다면, 그 행인은 트럭에 깔려 고통스럽게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경사진 도로에 주차해 놓은 자동차의 사이드브레이크가 풀려 구르면서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그런 경험을 한 적은 또 있었다. 퇴근을 해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우고 막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아파트 앞에 세워둔 택배 트럭이 슬슬 움직이는 것이었다. 심하게 경사진 곳도 아닌데……. 그래서 나는 소리를 질러 아파트 경비를 불러 함께 택배트럭을 밀어 세웠다. 그리고 돌을 찾아 바퀴를 괴어 놓으려 해도 돌이 보이질 않았다. 사실 요즘 포장된 도로나 아파트 주차장에 트럭의 바퀴에 괴어 놓을만한 돌을 찾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무척 당황했던 때가 있었다. 한참 만에 아파트에 배달을 마친 택배 기사가 나오기에 사실 이야기를 했더니 그는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배달 일이 급한 나머지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는 걸 깜박 잊었다고 했다. 만약 그 때 내가 굴러가는 택배차량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사람은 물론 남의 자동차에 부딪쳐 인명은 물론 재산상의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때부터 내 자동차 안에 각목으로 된 나무토막을 한 개 싣고 다닌다. 언제 어떤 환경에서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백 번을 잘 주차하다가 단 한 번의 실수로 인명의 살상과 재산의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싣고 다니는 각목을 이용해 날마다 바퀴를 괴는 것은 아니다. 어쩌다 경사진 곳에 주차할 때 사용하기에 그리 불편한 것만은 아니다. 약간 경사가 있는 곳에 자동차를 주차하는 경우에는 주변에서 돌을 찾아 이용하지만 때론 돌을 찾기가 어려운 때가 있다. 그런 때는 싣고 다니는 각목을 이용하여 안전장치를 해놓고 자동차를 떠난다.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우고 돌이나 각목을 이용해 바퀴를 괴어 놓는 이중의 안전장치를 해놓으면 아무리 경사진 곳에서도 자동차가 굴러 내리지는 않는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경사진 곳에 자동차를 주차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설마 괜찮겠지.’ 라는 의식을 지울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우리가 사고를 당하는 것은 아주 작은 틈에서 방심하는 사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모두 안전 의식을 갖고 생활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 자동차 바퀴에 각목을 괸 모양】

【 각목 모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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