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방어 넘버원! 안전공감(安全共感) 공모전

" 당신의 위험했던 순간을 전파해 주세요! "
잠깐의 방심으로 처한 위기상황,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찔했던 순간 등. 사전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
웹툰사연 및 노하우를 통해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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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토바이 공포로부터 동네 골목 지키기

 


그날은 내가 중학교 입학식 하루 전날이었다. 시골에서 살던 나는 어머니와 함께 인근 도시에 나가 맞춰뒀던 교복을 찾고, 새 가방과 신발을 사는 등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골 정거장이 대개 그렇듯 그곳 역시 국도변에 아무렇게나 내리고, 하차한 승객들은 국도를 따라 걸어 마을 어귀로 걸어가야 하는 실정이었다. 그날은 웬일인지 우리와 함께 하차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때문에 가뜩이나 좁은 도로가 사람들로 붐볐었다.


나는 짐을 든 채 앞장서고, 어머니는 뒤에 쳐져 마을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오고 계셨다. 갑자기 뒤에서 쿵 하고 박는 소리가 들리더니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오토바이에 치이신 것이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방금 전까지 내 뒤를 따라 걸어오시던 어머니가 도로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계셨다.


어머니는 친 건 마을 청년들이었다. 배달용으로 쓰일 법한 소형 오토바이에 덩치 큰 장정들이 넷씩이나 타고 있으니 주행이 불안한 건 당연했다. 좁은 국도에서 요리조리 사람들을 장애물 피하듯 몇 번은 용케 피했지만, 어머니는 피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쓰러진 자리에는 손가락만 한 자갈과 돌멩이들이 있었고, 어머니의 피에 젖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어렸던 나는 당황하여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멍하게 서 있기만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마을 주민들은 멍청하게 넋이 빠진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었고, 어머니는 급히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나의 중학교 입학식은 물론이고 그 후 가족들의 생활은 엉망이 되었다. 무릎이 안 좋으신 할머니께서 대가족의 끼니를 책임지셔야 했고, 나는 어머니 걱정에 늘 울기만 하였다.


어머니는 몇 달이 지난 후에 머리를 다 깎으신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오셨다. 수술 때문에 머리카락을 깎으셨던 것이다. 사고는 곧 잊혔지만, 어머니 몸에 남은 상처와 후유증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이 사고에서 가장 분개했던 것은 사고를 낸 청년들의 오토바이 운전 행태였다. 도로에 사람이 많으면 감속을 하고 최대한 안전운행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행인들을 일종의 장애물로 취급하여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는 식의 놀이를 즐겼다. 사고 책임을 지고 병원비를 물긴 했으나, 그것은 피해에 대한 일부 회복만 가능할 뿐 장기적인 후유증에 대한 배상은 될 수 없었다.


왜 그들은 자신의 경솔함, 안전불감증으로 누군가가 큰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다행히 어머니가 더 큰 화는 당하지 않으셨지만, 하마터면 어머니를 잃을 뻔했다. 그들이 몰았던 것이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동차였다면 그리 됐을 수도 있다.


이 일은 내 마음에 상처를 남겼고, 상처는 아물어지지 않는 상흔이 되었다. 지금도 오토바이를 보면 겁부터 집어먹는 소심함은 아마 그 일 때문인 듯싶다.


그래서 동네 골목마다 고속으로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배달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중국집, 패스트푸드점, 피자 가게 등의 배달 오토바이가 온종일 동네를 종횡한다. 하지만 안전한 속도로 운행하는 오토바이는 보기 힘들다. 배달 시간에 쫓기고, 운전자의 급한 성질에 쫓기고, 안전불감증에 밀린 오토바이는 행인들이 있든 없든, 사고가 날 수 있든 없든 간에 무조건 급하게 달린다.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배달 오토바이 사고는 우연한 불행이 아닌 것이다.


골목길을 걷다가도 마주 오는 오토바이를 볼 때마다 겁부터 난다. 오른쪽으로 피해야 할지, 왼쪽으로 피해야 할지 망설이며 주춤할 때는 심장까지 두근거릴 때도 있다. 그런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오토바이는 쌩하고 아슬아슬하게 나를 비켜간다.


노인들이나 아이들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주의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뛰어다닐 때가 많고, 노인들은 민첩성이 떨어진다. 오토바이 사고의 표적이다시피 한 것이다. 게다가 배달 오토바이를 모는 운전자의 상당수는 배달물을 왼손에 쥔 채 오른손만으로 운전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나이가 어린 배달부는 폭주족 흉내라도 낼 요량인지 핸들을 이리 틀고, 저리 틀며 보행자를 위협하기도 한다. 오토바이를 총알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과장이겠지만, 총알만큼이나 위험한 것이 우리 골목을 질주하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인구가 밀집하고 혼잡한 곳에는 골목의 중앙에 자전거전용도로처럼 오토바이전용도로 표시를 하는 것이다. 물론 전국의 모든 골목길에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인구가 많고, 사고위험이 높은 곳을 우선적으로 시행하자는 얘기다.


아울러 골목길 오토바이에 대한 단속도 시행해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담배꽁초 무단투기나 야외 흡연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주민들의 건강을 위한 정책이다. 흡연에 대한 단속이 주민들의 건강권을 위해 정당화될 수 있다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오토바이 단속 역시 정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단속원이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단속하듯 골목길을 위험하게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단속하여 범칙금을 매긴다면 동네 골목은 한결 안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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